얼쑤 거창

거창에서 우중 산행을 하다.

아림신 2011. 8. 25. 21:46

 

 

 

또 비가 온다.

 

원망스럽게 하늘을 보고 있는데 후배 전화가 왔다.

 

뭐하요?

 

하늘보고 있다.

 

산에 갑시다.

 

비 오는데?

 

우중 산행 안해봤지요?

 

정말 간다고?

 

나오쇼.

 

그렇게 엉겹결에 배낭을 메고 튀어나갔다.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높은 산이라도 가자면 어쩌나.

 

내 고민을 눈치 챘는지 후배가 불안해하는 나를 달랜다.

 

처서 지났으니 송이가 슬슬 나올 때가 됐거든요. 송이 밭 한 곳 가르쳐 줄 테니 갑시다, 한다.

 

그리고 너스레도 떤다.

 

알지요? 송이 밭은 자식한테도 안 가르쳐 준다는 거?

 

안다만, 니는 와 알려줄라는데?

 

지금 가는 데는 온갖 사람들 다 다니는 데니까.

 

그렇게 산을 올랐다.

 

송이 구경은 못했다.

 

후배는 전에 봐 두었다면 어느 곳으로 가더니 배어낸지 오래 된 참나무 둥치로 갔다.

 

그리고 낙엽을 헤치자 누런 영지 버섯이 몇 개 달려 있다.

 

지난 번에 봤을 때 크기가 작아 낙엽으로 덮어 두었단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다시 영지를 잘랐다.

 

이 친구는 아예 전지가위까지 가지고 다녔다.

 

나는 후배가 가르쳐 주는 이 버섯을 봉지에 담았다.

 

여기서는 산느타리 버섯으로 부른단다.

 

 

 

 

 

그리고 송이가 난다는 칠 팔부 능선으로 갔다.

 

가다보니 나란히, 나란히 핀 버섯이 보인다.

 

이거는 무슨 버섯이고?

 

꽃 버섯이라요.

 

먹는기가?

 

후배가 대답 대신 나를 본다.

 

거창 사람이 안 먹어 봤어요?

 

고개를 끄덕이자 혀까지 찬다.

 

완전 초짜시네.

 

뭐라?

 

이 버섯 이름은 꽃 버섯입니다. 이 넘들을 따면서 가다보면 송이도 보인다고 합니다.

 

송이 밭 안내꾼들이지요.

 

그러면서 갓 올라온, 때깔 좋은 꽃 버섯만 따란다.

 

사진을 보면 노란 것이 갓 올라온 꽃 버섯이고,

 

그 옆 잎이 접히며 색이 변한 녀석들은 노쇠한 넘들.

 

 

 

 

이 친구는 운지버섯이나 다른 것들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운지버섯

 

우의를 입고 배낭을 산 이후 단 한 번도 해본적이 없는 배낭 커버를 씌우고 후배의 지도와 핀잔을 받으며 산속을 다녔다.

 

이긍.

 

약초라면 쪼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시내에 돌아와 막걸리 집으로 갔다.

 

산느타리와 꽃버섯을 안주를 만들어 달래서 먹었다.

 

약간 쫄깃하면서 담백하여 앞으로 즐겨 챙기기로 했다.

 

아, 후배가 영지를 나눠 줬는데 미처 사진을 못 찍었다.

 

고향으로 돌아오니 새로운 기운도 얻고 다닌다.

 

산을 지나만 다녔다.

산 속을 걸어보니 이런저런 수많은 녀석들이 자기 삶을 꾸리느라 분주하더라.

 

세상은 살만하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