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쑤 거창

거창 군청 앞 사거리

아림신 2011. 8. 11. 20:28

 

 

수수밭에서 새들의 공격을 받는 수수 머리에다 양파망을 씌우고는 읍내로 내려 왔다.

삼십 년 만에 거창으로 돌아왔으나 가보고 싶은 곳들을 가보지 못하고 지냈다.

가장 먼저 <거창박물관>을 가보고 싶었다.

여태 가보지 못했다.

오늘내일 미루기만 하다가 오늘은 작정을 하고 나섰다.

 

 

간다.

오늘은 옆으로 새지 않고 간다.

 

군청 앞 사거리를 지나는데 무대가 꾸며지고 있다.

궁금하다.

차를 대고 사진부터 한 장 찍었다.

덩치 우람한 아저씨가 다가온다.

물론 현수막이 달려 있어 짐작은 되었으나 물었다.

 

무슨 행삽니까? 

 

아, 우리요?

 

<거창악우회>에서 거리 공연을 한댄다.

바가 오면 어쩌냐고 물었더니 곧 천막이 설치될 거란다.

 

다행이군.

 

옆길로 샌 김에 추억 어린 군청 앞 사거리를 돌아가며 한 장씩 찍어보았다.

먼 훗날 이 사진도 좋은 추억이 되려니 하면서.

로터리를 돌기도 전에 비가 쏟아진다.

군청 사거리에 대한 추억을 꺼내보기도 전에

쏟아지는 빗줄기에 쫓겨 차 안으로 뛰어들었다.

차 안에서 잠시 사거리를 둘러보았다.

 

로터리 옆에 있던 금성주차장 자리에는 축협 공판장이,

대영통닭집 자리에는 시대에 걸맞는 뭣뭣이 자리 틀고 있다.

 

아, 대영통닭집

 

난 생 처음으로 닭을 튀겨서도 먹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 집이다.

그것도 통째로.

지금 사십일인가 만에 옷 벗고 나오는 닭들과는 다른 무지무지 큰 닭이었다.

한 마리에 2900원 했는데,

둘이서 먹다가 미처 먹지 못하였다.

둘이서 다 먹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다 먹었을 것이다.

내가 아귀처럼 먹어대니 닭을 사 준 친구가 어이 없어 손을 놓았거나 연민의 정이 일어 손을 놓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맛 있던지.

씹지도 않고 삼키다시피 하는 나를 보며 그 친구 무슨 생각했을까. 

언제 만나면 물어 봐야겠다.

 

여하튼 그날, 난생 처음으로 먹은 대영통닭집의 통닭이 남게 되었다.

통닭을 사 준 친구가

 

“느거 집으로 가져가”

 

하기에 그렇게 했다.

남은 닭을 노란 봉지에 싸가지고 집으로 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때의 그 통닭 맛이 떠오르고 냄새가 생생하게 코 앞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보자.

<오복서점>이 있었고,

무슨 중국집이 있었다.

그 집 주방장 이야기를 다음에 해야겠다.

전부 들은 이야기지만 포복절도의,

거창읍 변두리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내게는

정말 아침에 배달되는 신선한 우유 같은 -아니지, 이건 아니지. 그렇게 먹어 본 적이 없으니-

이를테면, 여하튼, 말하자면 대박 터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뭐가 있었더라, 그리고, 그리고 쥐어짜도 기억이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기억하기를 포기하고는 <거창 박물관>으로 달렸다.

 

 

우체국에서 시장 방면

 

 

제일극장 쪽(아, 지금은 없어졌지)법원에서 2교 방면

 

시장에서 우체국,경찰서 방면

 

 

 

 

2교에서 법원,검찰청 방면

 

                          대한민국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군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