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밭에서 새들의 공격을 받는 수수 머리에다 양파망을 씌우고는 읍내로 내려 왔다.
삼십 년 만에 거창으로 돌아왔으나 가보고 싶은 곳들을 가보지 못하고 지냈다.
가장 먼저 <거창박물관>을 가보고 싶었다.
여태 가보지 못했다.
오늘내일 미루기만 하다가 오늘은 작정을 하고 나섰다.
간다.
오늘은 옆으로 새지 않고 간다.
군청 앞 사거리를 지나는데 무대가 꾸며지고 있다.
궁금하다.
차를 대고 사진부터 한 장 찍었다.
덩치 우람한 아저씨가 다가온다.
물론 현수막이 달려 있어 짐작은 되었으나 물었다.
무슨 행삽니까?
아, 우리요?
<거창악우회>에서 거리 공연을 한댄다.
바가 오면 어쩌냐고 물었더니 곧 천막이 설치될 거란다.
다행이군.
옆길로 샌 김에 추억 어린 군청 앞 사거리를 돌아가며 한 장씩 찍어보았다.
먼 훗날 이 사진도 좋은 추억이 되려니 하면서.
로터리를 돌기도 전에 비가 쏟아진다.
군청 사거리에 대한 추억을 꺼내보기도 전에
쏟아지는 빗줄기에 쫓겨 차 안으로 뛰어들었다.
차 안에서 잠시 사거리를 둘러보았다.
로터리 옆에 있던 금성주차장 자리에는 축협 공판장이,
대영통닭집 자리에는 시대에 걸맞는 뭣뭣이 자리 틀고 있다.
아, 대영통닭집
난 생 처음으로 닭을 튀겨서도 먹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 집이다.
그것도 통째로.
지금 사십일인가 만에 옷 벗고 나오는 닭들과는 다른 무지무지 큰 닭이었다.
한 마리에 2900원 했는데,
둘이서 먹다가 미처 먹지 못하였다.
둘이서 다 먹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다 먹었을 것이다.
내가 아귀처럼 먹어대니 닭을 사 준 친구가 어이 없어 손을 놓았거나 연민의 정이 일어 손을 놓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맛 있던지.
씹지도 않고 삼키다시피 하는 나를 보며 그 친구 무슨 생각했을까.
언제 만나면 물어 봐야겠다.
여하튼 그날, 난생 처음으로 먹은 대영통닭집의 통닭이 남게 되었다.
통닭을 사 준 친구가
“느거 집으로 가져가”
하기에 그렇게 했다.
남은 닭을 노란 봉지에 싸가지고 집으로 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때의 그 통닭 맛이 떠오르고 냄새가 생생하게 코 앞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보자.
<오복서점>이 있었고,
무슨 중국집이 있었다.
그 집 주방장 이야기를 다음에 해야겠다.
전부 들은 이야기지만 포복절도의,
거창읍 변두리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던 내게는
정말 아침에 배달되는 신선한 우유 같은 -아니지, 이건 아니지. 그렇게 먹어 본 적이 없으니-
이를테면, 여하튼, 말하자면 대박 터지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뭐가 있었더라, 그리고, 그리고 쥐어짜도 기억이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기억하기를 포기하고는 <거창 박물관>으로 달렸다.
우체국에서 시장 방면
제일극장 쪽(아, 지금은 없어졌지)법원에서 2교 방면
시장에서 우체국,경찰서 방면
2교에서 법원,검찰청 방면
대한민국 경상남도 거창군 거창군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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