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던 고추가
탄저가 들어 올 고추 농사 접기로 했습니다.
탄저병을 잡을 때를 놓치고 말았지요.
비가 연일 오는 바람에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해 손을 놓고 말았습니다.
어머니 고추는 우리 동네서도 인기랍니다.
딱 한 가지.
어머니는 고추를 따오시면 깨끗한 수건 몇 장을 꺼내십니다.
그리고 따온 고추를 일일히 닦아냅니다.
그렇게 하여 말립니다.
같은 동네서도 고추 따기 시작하면 어머니를 찾아와 몇 근만 주소, 열근 줘야되요, 하며 미리 주문을 합니다.
오늘도 부산에서 전화가 왔는데 '허허' 웃으시더군요.
고추 다 망했는데 돌라는 데는 더 많다, 하시며 한숨을 내쉬더군요.
하늘을 보며 고추를 꺼냈다 담았다 하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 그지 없더군요.
저렇게 지은 농사 돈으로 따지면 정말 세발의 핀데.
올해 고추 값이 금값이니 해도 농사에 쏟는 정성으로 치면 , 쯧쯧
오늘 탄저 든 고추를 가만히 들여다 보시는 어머니의 자그만하 굽은 등을 보자니,
눈시울이 뜨거워지더군요.
올 고추 농사는 허사다.
올 고추 농사를 포기하시려는 어머니의 작심 섞인 소리가 지금도 귓전을 맴 돕니다.
농사 재미가 없으신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올해는 고추 따기 좋으라고 넓직하게 심었는데,
그 재미 제대로 보지도 못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