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기

범인을 잡다.

아림신 2011. 8. 18. 22:37

 

일주일 전부터 콩잎 갉아먹는 풍뎅이를 일일이 잡았습니다.

새벽에 이 녀석들을 체포하러 가는데,

그 까닭은 이 녀석들의 활동이 새벽에는 굼떠서 잡기가 쉽다더군요.

인석들은 손기척을 잘 느끼는데, 잡으려고 하면 다리를 말고 ‘툭’ 떨어집니다.

직업정신, 근성 뭐 이런 것들을 동원하여 콩대를 제쳐 바닥으로 낙하한 놈을 찼습니다.

웃기는 게, 일마들은 영락없이 죽은 척하고 가만히 있다가 이쯤이면 살았지 싶으면 머리를

땅에 쳐 박으며 달아나거나, 죽은 척 가만히 있습니다.

여간 능청스럽지가 않아요.

 

 

 

 

 

콩밭 풍뎅이들 다 잡고 나니 제피(초피) 잎이 점점 없어져서 이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막막했는데,

그제는 줄기만 남은 가지 끝을 가만히 보니

아, 글쎄 이런 놈이 가지에 딱 붙어 잎을 갉아 먹어대고 있더군요.

 

 

처음보는 벌렌데,

눈이 무척 예쁘더군요.

 

약초 괭이로 살짝 건더렸더니 입에서 뱀의 혀와 같은 노란 더덤이? 혀?가 쑤욱 나오는 겁니다.

섬찟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니 조그만 벌레를 보고 호들갑이냐 할 지 모르나,

입에서 레이저 나오듯 쑤욱 나오는 게 낯설고도 섬뜩했습니다.

나무마다 다니며 한마리씩 찾아내 다 잡기는 했지만,

그 묘한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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