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부터 콩잎 갉아먹는 풍뎅이를 일일이 잡았습니다.
새벽에 이 녀석들을 체포하러 가는데,
그 까닭은 이 녀석들의 활동이 새벽에는 굼떠서 잡기가 쉽다더군요.
인석들은 손기척을 잘 느끼는데, 잡으려고 하면 다리를 말고 ‘툭’ 떨어집니다.
직업정신, 근성 뭐 이런 것들을 동원하여 콩대를 제쳐 바닥으로 낙하한 놈을 찼습니다.
웃기는 게, 일마들은 영락없이 죽은 척하고 가만히 있다가 이쯤이면 살았지 싶으면 머리를
땅에 쳐 박으며 달아나거나, 죽은 척 가만히 있습니다.
여간 능청스럽지가 않아요.
콩밭 풍뎅이들 다 잡고 나니 제피(초피) 잎이 점점 없어져서 이 무슨 일인가 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어 막막했는데,
그제는 줄기만 남은 가지 끝을 가만히 보니
아, 글쎄 이런 놈이 가지에 딱 붙어 잎을 갉아 먹어대고 있더군요.
처음보는 벌렌데,
눈이 무척 예쁘더군요.
약초 괭이로 살짝 건더렸더니 입에서 뱀의 혀와 같은 노란 더덤이? 혀?가 쑤욱 나오는 겁니다.
섬찟한 느낌이 들었어요.
아니 조그만 벌레를 보고 호들갑이냐 할 지 모르나,
입에서 레이저 나오듯 쑤욱 나오는 게 낯설고도 섬뜩했습니다.
나무마다 다니며 한마리씩 찾아내 다 잡기는 했지만,
그 묘한 느낌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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