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을 가보지는 못했으니,
거기에서 전해온 자작나무에 대한 전설을 많이 들었다.
우리의 도깨비 이야기만큼이나 많은 모양이다.
많은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한 해를 자작나무 숲 옆에서 보냈는데,
철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숱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돌아서면 그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는 이파리 흔든다.
혹, 길 가다가 자작나무 숲을 만나면 잠시 마주보고 있어보라.
자작자작자작...
끝도 없이 듣게 될 테니.
듣도 보도 못한 신비로운 이야기들을...
그래서 자작나무 숲이 많은 북유럽에서는 이 나무를 신령스럽게 여기는 모양이다.
이 나무는 제 몸을 태울 때 ‘자작자작’거린다지.
그래서 자작나무라 부르게 되었다던가.
우리도 자작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천마도>
천마도는 벽화가 아니다.
경주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는 <천마도장니>라 부른다.
<장니>는 말안장 그러니까 말안장 앞뒤 가리개 겸 장식대를 이르는 말인데,
장니에 자작나무 껍질을 붙이고 천마를 그렸다.
그게 <천마도>다.
천마는 천 오백년 여년이나 주인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긴 세월 동안 천마는 어떻게 살아 있었을까.
아마도 자작나무 껍질에 기대 있는 동안 자작나무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빠져
백 년, 천 년, 천 오백년을 보낼 수 있었으리라.
그리고
옛날에 먼 길 떠날 일이 생기면 부싯돌과 함께 자작나무 껍질을 준비했다고 한다.
길 가에서 혹은 어느 곳에서 불을 피울 일이 생기면
자작나무 껍질을 꺼내 불쏘시개로 썼다한다.
자작나무 껍질은 젖은 상태에서도 불이 잘 붙는다니....
자작나무 사진을 보다보니 별스런 생각이 든다.
그 해, 그곳의 자작나무 숲은 수없이 발길 돌리려던 내 걸음을 붙들곤 했다.
언제 그곳에 다시 가보나.
지금은 무슨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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