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여기

월통에서

아림신 2008. 8. 26. 13:43

 

 

 

 

 

 

 

 

 

 

정선군 동면 여탄리 월통마을.

여탄, 월통...

정감이 가는 예쁜 땅 이름입니다.

정선 임계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렀습니다.

작년 8월에 가 본 기억이 좋아 다시 찾았지요.

비가 온 뒤라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더군요.

여탄리와 월통마을을 돌고 돌며 이어진 계곡물은 아이들 웃음소리만큼이나 맑게 흐릅니다.

물 아래 무엇들이 있는지,

손톱만한 거짓 하나 숨김없이 드러내놓지요.

물길이 조금 낮은 곳은 옥빛입니다.

하루 종일 아니 몇 날을 그렇게 흘러왔을 텐데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름날에나 이런 물빛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 장마나 초가을에 몰아치는 태풍으로 물이 불어나고,

탁한 기운이 가라앉아야 눈시울이 뜨거워질 만큼 맑은 물이 흐른다고 합니다.

 

 

물에다 발을 담갔지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맑은 물에 내 발을 집어넣다니...

 

 

이크 미안해라.

 

 

알고도 그랬으니 더 미안해라.

세상에 내돌리던 육신을 그 맑은 물에 넣고 보니 절로 그런 소리가 나왔지요.

때를 묻히는 것만 같았지요.

아니 때를 묻혔지요.

내 마음도 저 물만 같다면 한 세상 참 곱게 빗어 넘길 수 있을 텐데...

하하, 그 생각을 하다가 속으로 웃었습니다.

 

 

속물이로고.

불가한 욕심이로고.

 

 

이미 세상과 타협하며 때 묻을 대로 묻은 육신과 마음인데...

 

 

 

 

 

 

 

 

 

 

 

물길을 돌아나오는 동안에도 어림 없는 욕심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저 맑은 물에 몸 담궈서 영혼이 맑아진다면.

그리 된다면 얼마나 좋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