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군 동면 여탄리 월통마을.
여탄, 월통...
정감이 가는 예쁜 땅 이름입니다.
정선 임계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렀습니다.
작년 8월에 가 본 기억이 좋아 다시 찾았지요.
비가 온 뒤라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있더군요.
여탄리와 월통마을을 돌고 돌며 이어진 계곡물은 아이들 웃음소리만큼이나 맑게 흐릅니다.
물 아래 무엇들이 있는지,
손톱만한 거짓 하나 숨김없이 드러내놓지요.
물길이 조금 낮은 곳은 옥빛입니다.
하루 종일 아니 몇 날을 그렇게 흘러왔을 텐데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름날에나 이런 물빛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여름 장마나 초가을에 몰아치는 태풍으로 물이 불어나고,
탁한 기운이 가라앉아야 눈시울이 뜨거워질 만큼 맑은 물이 흐른다고 합니다.
물에다 발을 담갔지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맑은 물에 내 발을 집어넣다니...
이크 미안해라.
알고도 그랬으니 더 미안해라.
세상에 내돌리던 육신을 그 맑은 물에 넣고 보니 절로 그런 소리가 나왔지요.
때를 묻히는 것만 같았지요.
아니 때를 묻혔지요.
내 마음도 저 물만 같다면 한 세상 참 곱게 빗어 넘길 수 있을 텐데...
하하, 그 생각을 하다가 속으로 웃었습니다.
속물이로고.
불가한 욕심이로고.
이미 세상과 타협하며 때 묻을 대로 묻은 육신과 마음인데...
물길을 돌아나오는 동안에도 어림 없는 욕심을 떨치지 못했습니다.
저 맑은 물에 몸 담궈서 영혼이 맑아진다면.
그리 된다면 얼마나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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