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님
당신께서 이 세상과 이별을 앞에 두고 담배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십 여 년 끊었던 담배를 사왔습니다.
그리고 줄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한 모금 연기처럼 흩어지고 싶었을 그 심정을 느껴보고 싶어 이런 짓을 해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이제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지 않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아 생전의 호칭을 써봅니다.
사람이 이 세상으로 오고 가는 것은 자연의 질서라 하지만,
저는 지금 사는 게 참 허망하고 노엽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 말 할 경황이 없어 이 세상을 떠나신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영원한 안식부터 빕니다.
이 세상에 남겨 두신 것들 다 털어버리시고 훨훨 가셨으면 합니다.
이 세상에서의 인연과 업적은 산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 놓으시고 좋은 별나라로 가셔서 평온한 일상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어쩌면 노 대통령님의 성품으로 보아 그런 좋은 나라가 있다 하여도 가시지 않을 듯합니다.
불의와 독재와 가치관이 전도된 암울한 별나라를 찾아 가실 듯합니다.
그런 못난 별나라를 찾아내시고는 다시 이 땅에서 이루고자 했던 평화로운 사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생명 존엄이 산악처럼 버티고 서 있는 나라를 만드시는데 고군분투하시겠지요.
당신의 뜻이 관철되는 곳에서 새로운 여정을 열어나가시길 빌고 빕니다.
당신의 인생을 존경했던 이름 변변찮은 한 한옥목수의 염원입니다.
존재하는 모습은 다르나 노무현 대통령님의 일상 모습은 늘 제 곁에 있습니다.
단기 4342년 오월 스무 사흘 날에 사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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