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동네 어귀에 바퀴가 여섯개나 달린 트럭이 지나가곤 했다.
바퀴가 여섯개나 된다고 하여 우리 동무들이나 형들은 육발이라고 불렀고,
어른들은 지에무씨(GMC)라 했다.
강원도 산판에서 더러 보던 육발이를 거창 가북의 첩첩산중에서 만났다.
낙엽송을 잔뜩 실은 육발이
어릴때 본 트럭과 모양은 비슷하나 바퀴는 진화를 했다. 얼른 세어보니 열개나 된다.
산삼씨를 심고 내려 오시는 할머니의 걸음보다 위태로워 보인다.
우리 모두 뒤뚱거리며 산길을 내려가는 육발이를 감탄스럽게 지켜보았다.
아마 수십년은 되었지 싶다.
차를 세우고 연식을 물어볼 생각이었으나, 운전수 양반은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가파르고 무른 산길에 잔뜩 실은 짐이 버거워 곁을 주기 어려웠으리라.
늦게 해가 들고 일찍 해가 지는 산중 일을 하느라 곁눈 주기도 힘들겠지.
자동차의 마력과 기능이 예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변했지만,
여전히 산판을 오르내리는 육발이를 보면서 집집마다 기르던 일소가 생각났다.
등짐을 잔뜩 지고도 묵묵히 걷던, 쟁기질하던 소들이 떠올랐다.
거친 숨 몰아쉬는 육발이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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