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거창도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새벽에는 이슬 젖은 들깨와 콩을 꺾고
이슬이 깨기 전에 들깨를 털지요.
해가 돋아 이슬이 깨면 콤바인을 따라다니며 벼를 벱니다.
콤바인은 벼 베기와 탈곡을 동시에 하는데,
그 녀석을 보고 있자면 벼농사는 돈으로 짓는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며칠 전 산 밑 밭에서 까마중 밭을 만났습니다.
팥 농사를 하던 할머니가 힘이 부치는데다가 까마중을 방치했다가
온 밭이 까마중이 차지하자 손을 들고 말았답니다.
할머니께 저것(까마중) 다 거둬도 되냐고 했더니 마음대로 하라십니다.
"저것도 어디 약이 되는갑네?"
그리고 그 밭에 농사를 지을 생각 있으면 그냥 부쳐 먹으라는군요.
엄두도 나지 않습니다.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냥 그랬지요.
"할매요, 좀 두고 보입시다."
그 대답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심봤다,
올 가을에는 까마중 효소에다가 까마중 술에다가 까마중 차도 잔뜩 만들 생각만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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